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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et & Em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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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시:이생진 낭송: 박인희
이 름 Oliver  
날 짜 2013-07-07 08:37:14
조 회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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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작시,박인희 시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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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바다 성산포-시: 이생진 낭송:박인희

      그리운 바다 성산포 1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 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 소리에 귀를 찢기 운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감으면 보일 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 거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 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 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 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수는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서
      서로가 떨어질 수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 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 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 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서글픈데,
      물이여, 너 물을 떠나면 또 무엇을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맞는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그리운 바다 성산포 3


      어망에 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갈매기가 물어 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몫의 바다도 빠져 나와
      한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 만년 길어서 싫다


      꽃이 사람 된다면 바다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토끼가 물에 살고 싶다면
      가죽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들겠지
      그런데 태어난 대로 태어난 자리에서
      산신께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께 빌다가 세월에 간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도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이를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이를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 나무에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 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그리운 바다 성산포 5


      일어설 듯 일어설 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드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내 속은 하늘이 들어 앉아도 차지 않는다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아니면 일제히 패배하라 그러면 잔잔하리라
      그 넓은 아우성으로 눈물을 닦는 기쁨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성산포에서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행포를 막는 일
      그것으로 둑이 닳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오늘 아침 하늘은 기지개를 켜고
      바다는 거울을 닦는다
      오늘 낮 하늘은 늦잠을 자고 바다는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하늘은 불을 켜고 바다는 이불을 편다
      바다가 산허리에 몸을 부빈다
      산이 푸른 치마를 걷어 올리며 발을 뻗는다


      육체의 따뜻한 햇살
      사람들이 없어서 산은 산끼리 물은 물끼리
      욕정에 젖어서 서로 몸을 부빈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칼이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양이다
      그릇밖에서 출렁이는 서글픈 아우성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갈증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짐승이,
      짐승보다 산이, 산보다 바다가
      더 높은데서 더 깊은데서 더 여유있게 산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하늘이여,
      바다 앞에서 너를 쳐다보지 않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을 바다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내는 것을 용서하라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기뻐하리라
      하늘이여,
      내가 너를 바다속에서 보는 것을 용서하라


       

      1. 바다를 본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2. 설교하는 바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3. 끊을 수 없다

      성산포에서는
      끊어도 이어지는
      바다 앞에서
      칼을 갈 수 없다

      4. 모두 버려라

      성산포에서는
      지갑을 풀밭에 던지고
      바다가 시키는 대로
      옷을 벗는다


      5. 바다의 시녀

      성산포에서는
      바람은 바다의 시녀
      사람은 바다의 곤충이고
      태양은 바다의 화약인데
      산만은 제 고집으로
      한 천년 더 살리라


      6. 산

      성산포에서는
      언젠가 산이 바다에 항복하고
      산도
      바다처럼 누우리라


      7. 바다의 노예

      성산포에서는
      그 육중한 암벽이
      바다의 노예임을 시인하고
      자기네들의 멸망을 굽어본다


      8. 만년필

      성산포에서는
      관광으로 온 젊은
      사원 하나가
      만년필에
      바닷물을 담고 있다


      9. 생사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
      서로 떨어질 수 없다


      10. 자 살

      성산포까지 와서
      자살 한 번 못하고 돌아오는 비열
      구기구기 두었다가
      휴지로 쓸 것인가


      11. 절 망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12. 술에 취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13. 바다의 성욕

      성산포에서는
      온종일 산삼을 먹어도
      산만큼 성욕이 일지 않는다
      성산포에서는
      해삼을 아무리 먹어도
      바다만큼 성욕이 일지 않는다


      14. 증 거

      성산포에서는
      바다는 한 개의 물
      나는 한 개의 물에서
      수 만 가지 소리가 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하늘 되려다
      실패한 증거도 있다.


      15. 색 맹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이외에는
      손대지 않는다
      성산포에서는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16. 여 유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짐승이
      짐승보다 산이
      산보다 바다가
      더 높은 데서
      더 깊은 데서
      더 여유있게 산다


      17. 수 많은 태양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은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필거야

      아침 여섯시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18. 감탄사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19. 권 리

      성산포에서는
      둘로 막아놓은 권리를 넘어
      바다는 육지를
      육지는 바다를
      제 것 삼으려 한다


      20. 누가 주인인가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 있는 고립
      성산포에서는
      주인을 모르겠다
      바다 이외의 주인을 모르겠다


      21. 생활비

      성산포에서는
      어떤 명목으로도
      성산포는 그들의 재산
      소라는 그들의 시라기 보다
      그들의 혈장(血漿)
      해삼은 그들의 장수라기보다
      그들의 수당
      성산포에서는
      일출도 그들의 생활비


      22. 이해

      성산포에서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일
      그것으로 둑이 닳는다


      23. 풍요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24. 바다를 담을 그릇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25. 바다로 가는 길

      돈을 모았다
      바다를 보러간다
      상인들이 보면
      흉볼 것 같아서
      숨어서 간다


      26. 화장하는 여인

      바다 앞에서
      거울을 보며
      눈썹을 그리는 여인
      바다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아서
      빙그레 웃었다


      27. 귀신같은 인상

      첫 눈엔 무섭다가
      차츰 친해져 버리고

      그 절벽
      그 굴곡
      그 무식
      그 잔인

      첫 눈엔 무섭다가
      차츰 친해져 버리고


      28. 기암절벽

      한자리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는
      기암절벽
      이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도 되었는데


      29. 입

      바다는 입이 하나
      찢어도 찢어도
      말이 나오는
      입이 하나


      30. 바다의 오후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 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31. 해삼

      일출봉 입구에서
      해삼 파는 아주머니
      손을 잡아당기며
      해삼 먹으라고
      기운에 좋으니
      먹고 가라고
      내가 바다 앞에서
      기운을 내면 얼마나 내나
      해삼을 바다에 주어
      바다보고 더 기운내라지


      32. 감(感)

      바다가 산허리에 몸을 부빈다
      산이 푸른 치마를 걷어 올리며
      발을 뻗는다
      육체에 따뜻한 햇살
      사람들이 없어서
      산은 산끼리
      물은 물끼리
      욕정에 젖어서
      서로 몸을 부빈다


      33. 갈매기

      바람이 우우 몰려와
      갈매기 똥구멍에
      바람을 넣는다
      갈매기들 신이나서
      물 위를 거닐다
      물위를 나르고
      이번엔 갈매기가
      우우 몰려가
      바다에 바람을 넣는다


      34. 여관집 마나님

      "어딜 가십니까?"
      "바다 보러 갑니다"
      "방금 갔다오고 또 가십니껴?"
      "또 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밤새 들락날락 바다를 보았다
      알몸인 바다가 차가운 바깥에서
      어떻게 자는가
      밤새 들락날락
      바다를 보았다


      35. 아침 낮 그리고 밤]

      오늘 아침
      하늘은 기지갤 펴고
      바다는 거울을 닦는다
      오늘 낮
      하늘은 낮잠을 자고
      바다는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하늘은 불을 끄고
      바다는 이불을 편다


      36. 고향

      나는 내일 고향으로 가는데
      바다는 못간다
      먼 산골에서 이곳에 온 후
      제 아무리 몸부림쳐도
      바다는 그대로 제자리 걸음
      나는 내일 고향으로 가는데
      바다는 못간다


      37. 저 세상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38. 수평선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를 찢기고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긴 적은 없었다


      39. 패배

      일어설듯
      일어설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뜨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네 속은 하늘이
      들어앉아도 차지 않는다


      40. 승리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아니면 일제히 패배하라
      그러면 잔잔하리라
      그 넓은 아우성으로
      눈물을 닦는 기쁨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41. 죽을 기회

      도희는
      늘 죽음을 방해하지만
      바다는 기회를 주어도 좋다

      성산포에서는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어 좋다


      42. 갈증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칼이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양(量)이다

      그릇 밖에서 출렁이는
      서글픈 아우성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갈증이다


      43. 동백꽃

      섬에는 어딜가나 동백이 있다
      동백이 없는 섬은
      동백을 심어야지

      동백은 섬을 지키기에
      땀을 흘렸다

      동백은 바위에 뿌리박기에
      못이 박혔다

      동백은 고독이 몰려와도
      울지 않았다


      44. 하늘에게

      하늘이여
      바다 앞에서
      너를 처다보지 않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을
      바다 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 내는 것을
      용서하라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기뻐하리라

      하늘이여
      내가 너를
      바다 속에서 보는 것을
      용서하라


      45. 고독

      나는 때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46. 섬 운동장

      국민학교 운동장이
      바다 쪽으로 기울었다
      선생도 학생도
      바다 쪽으로 기울었다

      47. 섬 묘지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48. 섬에서 사는 토끼

      외로운 섬 토끼
      다른 섬에 옮겨 살려고
      거북이 등에
      올라탔다는 이야기
      지금 그 심정 알겠다
      허허 망망
      바다 한가운데
      내가 떠 있어 보니
      그때 심정 알겠다


      49. 무인도

      무인도라고 찌뿌리는 것은
      섬이 아니라 물살이다

      외로워 살 맛이 없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은
      등대가 아니라
      소나무 소리다

      백년을 살아도
      살맛이 없다고
      신경질 부리는 것은
      바위가 아니라
      풍란이다


      50. 해상에서

      이쯤오니
      세상사 모두 금(線) 하나로
      끝난다
      부산과 여수가 그렇고
      종로에서 미아리가 그렇고
      그립다고 모여든
      커피와 의자
      암으로 죽은 그 사람이나
      생으로 죽은
      그 사람이나
      이쯤오니
      모두 금 하나로
      끝난다
      그러다간
      모진 섬 하나 지나면
      나 여기 있다고
      소리쳐진다


      51. 점령

      저 말없는 섬을
      누가 먼저 점령했느냐
      -교회-
      다음은 누구냐
      -술집-
      그 다음은 누구냐
      -은행-
      저 섬을 무엇으로 쓸거냐
      -풍경화-
      예 이놈
      돈으로 써야지 이런 인상 저런 이유
      홍도에서 흑산도
      다시 흑산도에서 기좌도로
      섬을 보며 이기(利己)를 보며
      생활을 보며 회의를 보며
      나처럼 사는 것은 외롭고
      너처럼 사는 것은 지루하고
      결론도 해결도 없이
      기좌도에서 진도로
      진도에서 다시
      추자도로 온다


      52. 무명도(無名島)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53. 낮잠

      술에 취한 섬
      물을 배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54. 부자지간

      아버지 범선 팔아
      발동선 사이요

      얘 그것 싫다
      부산해 싫다

      아버지 배 팔아
      자동차 사이요

      얘 그것 싫다
      육지놈 보기 싫어
      그것 싫다

      아버지 배 팔아
      어머니 사이요

      그래
      뭍에 가거든
      어미 하나 사자


      55. 우도(牛島)

      끊어졌던 물이
      서로 손을 잡고 내려간다
      헤어졌던 구름이 다시 모여
      하늘에 오르고
      쏟아졌던 햇빛이 다시 돌아가
      태양이 되는데
      우도(牛島)는 그렇게
      순간처럼 누웠으면서도
      우도야
      우도야
      부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56. 외로움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 내버린다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바다도 물 속으로
      물 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57. 내가 서 있는 곳

      낮에 서 있는 나는
      원주(圓周)를 울타리 삼은
      중심에 서 있고
      밤에 서 있는 나는
      원통(圓筒)에 들어 있는
      감금으로 서 있다


      58. 풀밭에 누운 우도

      물에 넘어진 사람들의 유족은
      물이 원수이겠지만
      내 앞의 창해는
      소 한 마리 누워있는 풀밭
      꼬리치는 대로
      흰 나비 하나
      날아갔다 날아온다


      59. 아부

      몇 줄의 시를 쓰기 위해
      창경원 꽃사슴에 아부하고
      며칠을 더 살기 위해
      세월에 아부했다 치더라도
      바다 앞에서는
      내가 아부할 수 없다


      60. 한 모금의 바다

      어망에 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갈매기가 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몫의 바다도
      빠져나와
      한 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갈 곳도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만년
      길어서 싫다


      61. 물귀신

      귀신도 물귀신은
      바다에서 세방살이를 하는 놈
      나를 보면
      질투가 심해져
      다리를 감는데
      나는 항상 아버지 말씀대로
      왼다리를 감아서 왼쪽으로 내던졌다
      제놈은 한 번도 바다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바다에 살고
      나는 바다에 살지 않으면서
      바다를 좋아하는 것을 안 모양
      차라리 산돼지라면
      우직해서 동정이 가겠는데
      제 놈은 무식해서
      바다가 싫은 모양이다


      62. 추억

      한 여름 땀을 씻으며
      일출봉에 올라가
      풀위에 누웠는데
      햇빛이 벌떼처럼 쏟아지더군
      여기서 누굴 만날까
      장미같은 여인인가
      가시 찔린 시인인가
      그런 것 다 코웃음 치다가
      내려오는데
      신혼여행으로 온 한 쌍의 부부
      셔터를 눌러달라고 하더군
      그 사람들 지금쯤
      일남일녀 두었을 거다
      그 사진은 사진첩에 묻어두고
      이혼할 때쯤 되었을 거다
      이혼하거든 여기서
      바다랑 살지
      이혼하거든 여기서
      돌이랑 살지
      이혼하거든 여기서 추억이랑 살지


      63. 넋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 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사슴이여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살아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 하나 않지만


      64. 사람이 꽃 되고

      꽃이 사람이 된다면
      바다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토끼도 물에 살고 싶다면

      가죽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들겠지
      그런데 태어난대로
      태어난 자리에서
      산신(山神)에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水神)에 빌다가 세월에 간다


      65. 낮에서 밤으로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나를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버린다


      66. 보고 싶은 것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67. 풀 되리라

      풀 되리라
      어머니 구천에 빌어
      나 용되어도
      나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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